캐나다

눈오는 사월

레잇블루머 2015. 4. 5. 09:33

지금 눈 온다. 4월의 캐나다 온타리오 옥빌에는.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스웨터 한 장 입고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햇살이 따뜻했는데. 

쌀쌀하긴 해도 스타벅스에서 아이스라떼를 사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화창한 낮이었는데. 

저녁이 되자 눈이 온다. 


두 달간 유럽에 있었던 게 마치 꿈만같게 모든게 일상으로 복귀해버렸다. 

파리의 멋쟁이들에게 기죽지 않기 위해 아침부터 마스카라를 바르고 나름 제일 좋은 옷들을 갖춰입고 집 앞 빵집에 갔던 나는 어디로 가고, 

세수도 안하고 잘 때 입던 갭의 코튼 팬츠를 그대로 입고 여기에 패딩코트만 걸친채 장을 보러 가는 내가 있다. 

여긴 모든게 풍족하고 조용하고 안전하여 살기엔 평탄하지만 자극이 될만한게 없어서, 테이크아웃 해온 베트남 누들을 먹으면서 무한도전이라도 깔깔대면서 봐야지 뭔가를 한 듯한 기분이 든다. 


돌아온지 세 밤밖에 안되었는데, 

곧 다시 떠나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토론토의 한 데이케어로 시누이와 함께 조카 데리러 갔을때. 

연령대에 맞게 놀이터를 두 개로 구분하여, 부모들이 데리러가는 시간에 맞춰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게 해두었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 따윈 걱정없이 바닥에 나뒹굴고 꺄르륵 웃으며 놀고 있는 아이들. 이 날 시누이가 평소보다 아이를 더 일찍 데리러 갔던 것이었는데, 아이가 아쉬워하지 않게 스스로 집을 가겠다고 나설때까지 놀 수 있도록 계속 지켜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