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퀘백주, 온타리오주, BC 주에 모두 살아본 사람으로서,
엘레멘터리에 다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짧게는 1-2년 아이 영어 교육을 위해서 밴쿠버로 오려는 분이 있다면 말리고싶습니다. 비용 대비 기대 성과가 크게 떨어집니다.
여기서 그런분들을 많이 봅니다. 영어를 위해 유학 왔는데 학교에 한국 애들이 너무 많다고요. 같은 반에 한국 아이들이 2-3명 있는거도 너무 싫어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시더라고요.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코퀴틀람이나 랭리는 단연 교실 내 한국 아이들의 비율이 높은데요, 이상하게 유학오시는 분들이 그 지역으로 많이들 가시더라고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밴쿠버로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지역 결정하시기 전에 유학원에만 의지하지마시고 직접 알아보시는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아이 영어를 늘게 해주려고 캐나다에 오면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로 간다?
저로서는 이해가 안갑니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아이가 낯선 환경의 캐나다에 오면 우선 말이 통하는 한국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하겠지요. 그리고 특히나 킨더 이후 아이들에게는 교우관계가 너무나 중요해지기 때문에 더더욱 어서 누구라도 친구삼고 싶어합니다. 당장은 캐나다 아이들과 영어로 소통이 자유롭지 않으니 더더욱 한국 친구들과 어울려 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가끔 아이 런치 시간에 봉사활동을 가서 살펴보면요, 아이들이 끼리끼리 어울려 노는 성향은 뚜렷해집니다. G2 이후부터는 아이들이 이미 친해진 친구들 그룹이 있고, 성향에 맞는 친구들이 어느 정도 파악된 상태이기 때문에,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상태로 온다면 아이는 처음엔 참 외로울 수 있어요.
그래도 다행인 점은 영어가 유창하지 않다고 해서 여기 아이들이 그 아이를 따돌린다던지 무시하는 행동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제 아이 반에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친구가 중국에서 유학을 왔는데, 아이들이 잘 챙겨주더라고요. 물론 학교마다 분위기는 다르겠습니다만..
여기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조건 애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교실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밖에서는 열 수 없는 구조입니다.) 아이들은 무조건 밖에서 뛰놀아야하고 그러면 같이 놀 친구를 찾아야하는데 이제 막 한국에서 온 아이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국 친구가 친근하게 여겨질거 같고 먼저 놀자고 할 것 같아요. 그러니 아이들의 이런 선택과 흐름을, 부모님들이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얼마나 밴쿠버에 한국 아이들이 많냐고요?
많습니다. 상당히 많습니다.
듣자하니 요즘 한국 분들이 선호하시는 랭리의 경우, 보수적으로 가늠해서 2-30% 학생들이 한국아이들이라는 얘기를 여러번 들었네요. 코퀴틀람은 넓은 범위의 코리아타운이라고 여겨지는 곳이니 아마 더 높은 비율로 한국 학생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버나비나 이스트벤, 웨벤 등의 곳들도 한국분들이 적잖이 정착해계시니 아마 학교에서 한국 친구 찾아보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저라면 어디로 갈 것 같냐고요?
저라면, BC 에서는 칠리왁이나 미션, 아니면 그보다 더 멀리 북쪽으로 쭉 올라가서 스쿼미시나 여타 아담한 시골 마을로 갈 것 같아요. 1-2년만 머물 계획이라면요.
온타리오 지역이라면 노스욕같이 한인 인구가 많은 지역을 빼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습니다. 토론토나 옥빌같이 팽창하는 곳들보다 키치너나 브론티, 해밀턴 같은 중소도시가 낫지 않을까 하는 아주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제 생각에 온타리오 지역은 좀더 캐나다 주류 사회에 이민인구가 동화되려는 모습이 밴쿠버보다는 강한 것 같아요. 밴쿠버는 압도적 비율의 중국인들과 인도인 및 다른 국가 이민자들 비중이 높아서 일부 지역들은 백인들이 마이너리티로 느껴지기까지 하는데, 토론토나 온타리오 지역은 그런 분위기가 덜한 것 같아요. 제가 5년 전 살 때 이야기라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퀘백은 영어 목적이라면 그 쪽은 가실 필요가 없을 것 같고요.
큰 도시일수록 편리하기 때문에 이민자도 많고 한국 사람도 많을 것이고, 복잡하고 삶이 바빠지기 때문에 캐내디언들도 덜 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최단기간에 아이 영어실력을 최대한 늘리고 싶다면 엄마(또는 아빠)가 불편하더라도 참고 한인마트 없고 차로 최소 1-2시간 가야하는 곳에 사는게 여러모로 낫습니다. 할 게 없는 시골에서는 아무래도 사람들끼리 가깝게 지낼 수밖에 없고 그런데도 렉센터나 기본 인프라는 잘 갖춰져있을테니 아이들이 하키나 축구, 아트 등 액티비티를 즐기면서 현지 아이들 속에 푹 파묻힐 기회나 빈도수가 훨씬 높아질겁니다.
메트로 밴쿠버는 이제 어지간한 타운하우스들은 한달 렌트비가 3500불을 쉽게 넘나듭니다. 거기에 자동차 구매 및 유지비용, 초기 정착 비용, 장보기 등등을 고려하면 1년에 1억은 우습게 나가지않을까 싶으네요. 그런 비싼 투자이니 최대한 신중하게 알아보시고 오는 게 좋겠지요. 가끔 밴쿠버 카페에 "반에 한국애들이 너무 많다." "같은반 한국 애가 이상하다." 이런 글들이 올라올 때마다 답답해서 이런 글 한번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습니다만,
반면 이민을 생각하고 오시는거라면 적극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밴쿠버는 이민을 위해서는 정말 캐나다 어느 지역보다 훌륭한 조건을 갖춘 곳 같아요.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