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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발리

발리에서의 삶 그리고 몇 가지 새삼스러운 발견들

by 레잇블루머 2015. 7. 26.

발리에 집을 처음 얻고 생활을 해나가면서, 발견한 신선하게 다가왔던 사실들을 적어본다.


1. 지하수를 끌어다 쓴다. 

: 수돗물이 아닌, 지하수를 펌프로 끌어 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발리의 상당 수 집들이 이렇게 하고 있으며, 실제로 우리가 2-3주 집만 보러 다녔을 때 외국인 빌라들의 80%도 지하수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수돗물도 원하면 사용할 수 있으나 수도관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 있고, 비용도 만만치가 않으므로 대부분의 발리인들은 지하수를 쓰는 듯 싶었다.


지하수를 쓰면 무제한으로 써도 물값 자체는 안든다는 사실이 마음 편하지만, 다음과 같은 단점들이 있다.

- 전기로 펌프하기 때문에 약간의 전기세가 든다는 점 (때문에 가끔 정전이 되면 자동적으로 물도 못쓰게 된다.)

- 갈수록 발리의 자연환경이 훼손되면서 이에 따라 지하수 역시 오염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 더이상 지하수를 먹고 마실 수 없다는 점

- 그 오염때문에 처음 물을 틀면 약간 구린내가 난다는 점 



2. 전기를 충전해서 쓴다.

: 집에 전기가 자동공급되고 쓴만큼 다달이 내는 방식이 아니라, 편의점에 가서 집의 전기공급번호를 주고 원하는 만큼 전기를 충전해야하는 시스템이다. 처음에 100만 루피아, 한국돈으로 10만원 가량 충전했더니, 한달 정도는 가는것 같더라. 그 뒤로도 수시로 전기검침계를 확인하며 편의점에 가서 4,5만원씩 충전을 한다. 혹시나 전기가 바닥이 나게되면 빛이 안들어올뿐만 아니라 물도 못쓰게 되므로 큰 일이다. 이거 은근 스트레스이다. 



3. 그 많은 쓰레기들은 다 어디로 가는걸까?

: 쓰레기 수거 시스템이 없다. 돈을 내면 쓰레기차가 와서 쓰레기를 걷어간다는데, 그렇게 하는 발리인들은 거의 없다. 보통 반자르(마을 공동체)에서 집집마다 나오는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서 태우는 듯 싶다. 문제는 갈수록 사람들이 플라스틱을 더 많이 사용하므로(특히 우리집과 옆집의 외국인들 ㅠㅠ) 이를 태우면 분명 환경호르몬이 나올 것인데, 안타깝게도 발리인들은 그런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우리 외국인들은 게으르다는 점이다. 쓰레기 수거차를 불러야하는데 속으로 생각만하고 인도네시아말이 안되고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할지 몰라서 우선 미뤄두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태우는 냄새가 날라올 때마다 신경이 여간 쓰이는게 아니다. 


: '발리 부다'라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델리/베이커리/미니 마트같은 데에서 한달에 5만원 내면 플라스틱이나 캔처럼 재활용가능한 쓰레기들을 걷어간다는데, 이들은 또 이걸 어디로 가져가서 처리하는지 애매해서 아직 신청안했다. 이거라도 신청해야하는걸까..



4. 닭들은 아침에만 우는 게 아니다. 

: 새벽에도 울고, 낮에도 울고, 밤에도 운다. 

  발리 사람들은 집집마다 닭을 몇 마리씩은 키우는거 같은데, 우리 동네도 예외는 아니다. 옆집은 소와 돼지를 비롯해서 닭도 수마리 키우는 듯 한데, 이 녀석들이 진짜 목이 찢어져라 울어댄다. 아침에만 알람처럼 울면 이해하는데 새벽에도 가끔 울고 동이 트면 여지없이 죽어라고 울어댄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서 자다 깨고는 했는데, 워낙 깊이 잠드는 나이므로 이제는 적응이 되서 닭이 울던말던 아침 9시에 기상한다. 하지만 남편은 매우 가볍게 잠드는 스타일이라 무조건 이어플러그를 끼고 자야한다. 



5. 우리집에 개미군단이 산다. 

: 테이블에 달달한 것 한 조각을 올려놨다. 반경 5미터 내외에 개미가 없다. 그러나 5-10분이 지나면? 

여지없이 개미들이 몰려서 열심히 채취한 음식을 나르고 있다. 


워낙 자연과 가까이 있는 집이라 각종 곤충 및 동물들과 강제 동거를 해야하는데, 그 중 이 개미녀석들과의 사연이 깊다. 처음에는 그냥 눈에 거슬린다고만 생각했는데, 잠깐 올려둔 새에 빵이며 쌀이며 기타 먹을거리들을 점령해버리는 녀석들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활하는 틈틈히 지켜보니 이 녀석들이 일종의 군단처럼 보이기 시작하더라. 이 티끌만한 녀석들은 여왕개미의 명에 따라 이 집을 자신들의 국가로 선포하였다. 그리고 열심히 먹을거리를 찾아 정찰을 한다. 한 녀석이 음식을 발견했다. 신호를 보낸다. 근처의 다른 녀석이 신호를 받는다. 그리고 그 녀석이 다시 신호를 보낸다. 이렇게 그 자리로 수백마리의 군단이 이동을 한다. 열심히 나른다. 보면 이 녀석들이 다니는 통로가 있는데, 보통 나와 남편같은 상위계열 포식자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생존기회와 이동의 효율성을 모두 고려한 루트를 따르고 있다. 우리집 욕실은 반 오픈 형식으로 샤워하는 공간이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탁 트여있는데, 이를 이용해서 개미들이 또 길을 만들었다. 그런데 내가 샤워 후 타월을 걸어놓는 곳으로 길을 잡아서 한번 거기에 샤워기로 물을 휙 뿌렸더니 다음 날 보니 경로를 틀었더라. 시선을 끌지않는 다른 경로로 열심히 개미들이 힘겹게 과자 부스레기를 나르고 있는걸 보고난 이후, 나도 이제 '그래 알았다. 같이 살자.' 하는 심정으로 포기하게되었다. 그리고 가끔 곤충들이 우리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바닥에 벌렁 누워있을 때까 있는데, 이 때 또 이걸 제대로 치워주는 게 개미 녀석들이다. 


오늘도 우리집 개미군단들은 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