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발리

어제 하루: 스쿠터 동승, 일본 라면가게 에이오바, 밤새 폭우

by 레잇블루머 2015. 8. 3.

어제는 하루종일 오른쪽 어금니 자리가 아팠다. 처음에는 충치가 생겼나하고 열심히 양치하고 가글을 했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충치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발리에 오기 직전에 치과에 갔었는데 충치가 없다고 하여 어금니 레진만 교체했었기 때문에 이 갑작스러운 치통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중 남편왈 "사랑니 아니야?" 

"아닐텐데, 나 사랑니 뽑았었는데..." 

"언제?"

"예전에. 20대 초반에."

"어느쪽?"

"......."

그렇다. 내 기억력은 정말 이 정도로 형편이 없는 것이다. 사랑니를 뽑은 사실만 기억을 하고, 어느 쪽을 뽑았는지 몇 개를 뽑았는지는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다. 이 대화 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손가락으로 오른쪽 어금니 뒤를 만져보니 살짝 돋은듯한 이빨같은 게 느껴지는 듯 하였다. 혹시 이것은 사랑니? 폭풍 검색을 해보니 발리에 믿을만한 치과가 몇 개 있는 것 같더라. 이따가 가볼참. 



아무튼 어제는 하루종일 치통으로 고생해서 늘어져있는데, 남편이 제안을 했다. 같이 스쿠터 타고 나가서 맛있는거 먹자고. 

남편이 스쿠터 타기 시작한지 이제 한달이 겨우 넘었고, 발리같이 험한 교통상황을 떠올리니 선뜻 그러자고 할 마음이 안생겼지만, "나 못믿어?" 하는 남편의 말에 자동반사적으로 "믿지. 그래 가자!" 소리가 나와버렸다. 



# 발리는 역시 스쿠터로 달려야 제 맛이었다.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푸른 논의 풍경. 자동차 핸들보다 스쿠터 핸들을 잡은 남편이 괜히 더 듬직하게 느껴졌다. 8년이나 함께 해서 이젠 정말 베스트프렌드같은데, 간만에 남편이 남자(?)로 느껴졌다. 


# 발리 창구(Canggu)에 평판 좋은 에이오바(AOBA) 라는 일본 라면집이 있다. 지금까지 몇 번을 트립어드바이저의 좋은 리뷰를 보고 발리 내 일본 식당들을 가보았어도 항상 우리 입맛에는 실망스러웠던터라 이번에도 비슷하겠거니 하고 갔는데, 어랏 맛있다. 남편과 나 둘다 소유 라멘에 챠슈를 추가해서 먹었는데, 국물이 아주 진한 스타일은 아니어도 잘 우린 맛에 무엇보다 챠슈가 씹는 맛이 있으면서도 전혀 돼지내가 나지 않고 맛이 참 좋았다. 함께 나오는 후추와 시치미에 콩콩 한번씩 찍은 후 라면위에 올려진 파 한 조각을 곁들여 먹으니 꿀맛이더라. 단골삼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맛은 역시 식당 주인장이 일본 사람이기 때문일까. 에이오바는 젊은 일본남자가 하는 식당이다. 스태프들도 (물론 모두 발리 사람이지만) 일본인처럼 예의바르고 말할때 소근소근대었다. 물론 들어올때와 나갈때 힘차게 "이랏샤이마세"와 "아리가또"를 외칠 때 빼고는. 


# 지금 발리는 건기인데, 종종 늦은 밤과 새벽에는 비가 온다. 그럼 진짜 속이 다 시원하다. 찔끔찔끔 오는 게 아니라 지붕이 무너져라 오는데, 이렇게 비가 올 때면 항상 자다가 깬다. 하지만 이 소리가 비 소리인걸 알면 다시 자장가처럼 듣다가 기분좋게 잠드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집 앞 나무들이 시원하게 비로 목욕을 해서 말끔하다. 







벼들이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하자 농부 아주머니가 논길을 따라 이렇게 나무가지를 세워두셨는데, 아무래도 새들이 날아와서 낟알을 먹지 못하게 하려는 작전인 것같다. 어떤 원리로 이게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