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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이어 가는 삶 - 피렌체 구두 장인

by 레잇블루머 2015. 3. 11.

가죽제품으로 유명한 피렌체이건만 거리에 차고 넘치는 상인들과 가게들 중 진짜배기는 드물다. 그래도 그 구비구비진 골목들을 열심히 나다니다 보면 제대로 하는 가죽 장인의 가게들을 이따금씩 마주치게 되는 데 이 곳도 그 중 한 곳이었다. 로베르토 우골리니(Roberto Ugolini).


바실리카 디 산토 스피리토 옆에 얌전히 자리한 이 가게는 4대째 구두를 만들어오고 있는 구두 장인의 가게로 저 문을 통해 들여다보면 자그마한 나무 의자에 앉아 열심히 가죽으로 구두를 짓고 있는 장인과 제자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작업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들어가보지는 않고 지나칠 때마다 전시된 구두들이나 일하는 모습들을 유리창 너머로 구경하곤 했는데, 구두들이 하나같이 고급 자동차처럼 매끈하고 아름답다. 검색을 좀 해보았더니, 이 곳에서 구두를 만드는 방식은 참으로 대단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에 구두를 주문하면 완성된 신발을 받아보는데 무려 1년 가까이 걸린다. 제작 과정을 들어보면 왜 일년이 소요되는지 이해가 되는데, 우선 이 가게를 가서 신발을 주문하겠노라 의사를 밝히면 발 치수를 꼼꼼히 재어 내 발모양의 나무 모형본을 뜬다. 그리고는 이 본을 가지고 임시 신발을 만들어주는데, 이걸 신고 얼마간 다녀보다가 그 신발을 도로 가지고 오게 한다. 이 때 이 임시신발의 밑창이라던지 앞코 등이 얼마나 닳고 벌어졌는지 등을 보고 감안하여 진정 그에게 맞는 편안하고 완벽한 신발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신발은 얼마나 편안하고 멋스러울까. 

이쯤되면 가격이 궁금해지는데 대략 1300유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최고 비싼게 3000유로 정도대까지 간다고 하니, 대략 150만원에서 350만원선 생각하면 될 듯 싶다. 가격도 명품못지 않은데 전 세계 어디든 매장만 찾으면 구할 수 있는 브랜드 구두에 비해 그 정성 하나는 몇 배에 달하니 이 정도라면 한번 내 발에 선물한다 치고 투자해볼만 한 듯하다. 남편은 자기가 신발에 이 정도 돈을 쓸 정도로 능력을 갖추게되면 반드시 피렌체에 돌아와서 저 신발을 맞추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그런 작고 귀여운 꿈을 갖는건 좋지. 화이팅! ㅎㅎ 

아무튼 로베르토 우골리니의 이 명성이 널리 알려져 전 세계에서 그의 뒤를 잇고자 제자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이 5-6평이나 될까말까한 자그마한 워크샵으로. 고조 할아버지부터 시작한 구두 제작을 그 후손들이 대대로 이어오면서 오늘에 이르고, 그리고 이를 피 한방울 안 섞인 제자들이 물려 이어간다. 얼마나 멋진지. 내가 이런 일의 가치를 진작에 알았더라면. 어차피 읽고 나면 잊어버릴 전공 서적은 덮어버리고 이런 곳으로 와서 제작 기술을 배웠을텐데. 진심으로 아쉬워졌다. 나중에 아이를 나아 기르고 그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게되면 이런 곳들을 두루두루 함께 여행하면서 이런 식의 삶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베드토 우골리니의 웹사이트 : http://www.roberto-ugolini.com/


내가 독점하며 보지않더라도 행인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나눠줄 수 있다면. 

나중에 집을 갖게 되면 꼭 바깥을 향하여 꽃을 내걸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