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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드디어 우피치 갤러리

by 레잇블루머 2015. 3. 8.

피렌체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우피치인데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가보았다. 계속 못갔던 이유는 남편이 일 때문에 바빠서 도통 시간을 못냈고 나 혼자 가려니 어차피 남편도 갈텐데 기왕 갈바에 같이 가는 게 좋겠다 싶어 이제껏 기다렸던 것이다. 오늘 다녀와서는 그냥 나 혼자 가고 한번 더 왔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서도... 다음주에 혹시나 땡기면 그냥 한번 더 가볼 참이다. 그만큼 좋았다. 역시. 

우피치 갤러리는 피아짜 시뇨리따와 폰테 베키오 사이에 있는데 입구로 들어가는 길에 피렌체를 빛낸 유명한 이들의 석상이 세워져있다. 그 중 몇몇 위인의 사진을 찍어보았음. 우선 마키아벨리부터. 군주론을 한 때 읽고, 허허 이런 책략가 같으니 하고 감탄했었는데, 석상을 보면 표정이 약간 음흉하면서도 날카로운게 정말 흥미로운 사람이었을 것 같다. 

좀 더 가까이... 

더더더 가까이.. 


그리고 단테. 


흠.. 신곡 아직 안읽어봤는데... 죽기 전에는 읽게 될련지.. 

읽어야 하는 책이 너무나 많은데, 대학원 졸업하고는 일년에 2-3권도 안읽고 있는 것 같다. 


우피치 갤러리 입장료는 12.5 유로. 90년대에 우피치에 폭탄 테러가 있었기 때문인지 입장할 때 소지품 검사를 하고 엑스레이 기계를 통과해야한다. 진짜 이런 귀중한 곳에 폭탄테러를 하는 놈들은 크게 혼내 주어야 한다. 

아무튼.. 

메디치가의 사무실로 쓰인 이 건물은 단정하면서도 내부 곳곳의 장식이 매우 우아하여, 메디치가의 권세가 어떠했을지 상상이 되었다. 위치별로 벽의 색깔이나 계단, 기둥 조각 등이 달랐는데, 그걸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물론 화재로 상당 부분 재건되었으니 인테리어 자체가 당대의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공부해보는걸로. 


오... 천장의 프레스코가 빠짐없이 그려져있어 인상적이었다. 갔을 때 이미 꽤 늦은 오후여서 곧 해가 지기 시작했는데, 창을 통해 보이는 석양과 아르노강, 두오모 돔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우피치 갤러리의 하이라이트. 프리마베라. 


가운데 비너스보다 오히려 그 오른편의 플로라(Flora), 꽃과 봄의 여신이 단연 눈에 들어온다. 


같은 관에 <비너스의 탄생>도 있었는데 평소 접하던 그림과는 달리 더 어둡고 색이 바랜 느낌이었다. 유리로 덮여있어서 굳이 사진을 찍지는 않았는데(우피치 갤러리는 사진 촬영을 허가하고 있다. 대신 플래쉬는 금지.), 그래도 600년 가까이 된 그림인걸 고려하면 수긍이 된다.  


아래는 인상적이었던 우피치 갤러리 내부의 돔. 


그리고 돔 아래 전시실. 이 곳은 들어가지는 못하고 유리펜스 뒤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 



우피치 갤러리에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회화가 딱 하나 있는데, 성가족(즉, 예수와 마리아, 조셉의 가족 그림)이다. 유명한 그 그림 바로 앞에 놓여져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던 잠자는 아리아드네를 찍어왔다. 아리아드네 사연이 너무 기구해서.. ㅠㅠ 미노타우르스를 무찌른 테세우스. 이 테세우스는 그를 사랑했던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미노타우르스를 무찌를 수 있었는데, 이후 그의 뒤를 따른 아리아드네가 잠에 든 사이 도망쳐버린다. 이 나쁜노무시키. 


사랑하는 이가 떠난 줄도 모르고 잠에 빠져있는 가여운 아리아드네. 이 작품에 깃든 교훈. '남자를 너무 믿지마라.' ㅋㅋ 

아래는 이 작품에 대한 설명.


우피치에서 내가 사진을 찍어온 또 다른 작품은 바로 이 것. 

다른 웅장하고 멋진 그림들도 많았는데, 괜시리 이 그림에 자꾸 눈이 갔다. 피렌체의 은행가였던 왼쪽 남성분이 마찬가지로 피렌체 출신인 오른쪽 여성분과 혼인을 하게되면서 이 그림을 주문했다는데, 저 여성분의 균형에 맞지 않는 큰 머리가 내 시선을 끌었다. 나도 얼굴이 몽골인의 DNA가 매우 잘 발현된 넓은 얼굴이라 어릴 적부터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괜히 이 그림을 보니 힘들었던 과거가 떠올랐음 ㅋㅋㅋ 이제는 포기하고 살지만 얼마전 남편이 식사 중에, "**는 얼굴에 space 가 많은거 같아."라고 해서 상처받았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남편은 얼굴 크기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는데(한국처럼 예민하지 않은데), 그런 그가 이런 말을 하다니. 내 얼굴 사이즈는 객관적으로 매우 큰 것으로.. 결론... ㅠㅠ 쓰읍.. 


부디 이 여성분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사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