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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피렌체를 떠나 로마로

by 레잇블루머 2015. 3. 20.

피렌체에서의 한달이 금세 가버렸다. 작은 오래된 마을에서 한 달을 보냈더니 조금은 지루했었는지, 로마로 향하는 기차를 탔을 땐 뭔가 여행을 새로 시작하는 듯한 기분에 들뜨기까지 했다. 지금. 벌써 로마 일정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지난 토요일부터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기록해본다. 

기차역으로 가는길에 아르노강을 마지막으로 감상. 택시를 탈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피렌체 시내를 천천히 둘러보며 가려고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서 모닝 커피도 한잔 하고. 

이탈리아에 오니 정말 커피를 자주 마시게된다.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도 간단히 에스프레소 한잔은 입가심으로 필수다. 6년 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있을 때 이른 아침 어떤 작은 도시의 기차역에 내렸던 적이 있는데, 근처 카페에 들어갔더니 출근길에 커피 공급(?)을 받으러온 이탈리아인들이 그 좁은 카페를 가득 메우고 있던 기억이 난다. 이탈리아의 카페들은 바(bar) 형식으로 많이 되어 있는데, 한 두 모금 사이즈인 에스프레소를 많이 먹기 때문에 굳이 테이블을 잡고 앉을 필요도 없으니, 주문해서 바리스타가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에스프레소를 내려주면 바에서 가볍게 들이키고 갈길을 곧장 간다. 우린 뭐 이탈리안들이 아니므로 우유도 넉넉히 들어간 카푸치노와 빵도 시켜서 천천히 먹다가 왔다. 


로마 어디에 숙소를 잡을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숙소가 잘 없어서였는데, 남편이 여기에 꼭 있고 싶대서 이 특이한 인테리어의 집으로 결정했다. 위치가 아주 좋은데 트레비 분수 바로 근처에 있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 트레비분수 바로 옆 골목으로 꺽어 들어오면 바로 있다. 30m 거리. 1박에 160유로 정도 하는데 화장실도 2개에다가 넓직하니 거실도 있어서 우리같이 재택근무와 여행을 병행하는 이들에게는 그럭저럭 괜찮은 듯 싶다. 




ㅋㅋㅋ 이거 화장실 옆 벽면에 붙어있는건데 웃겨서 찍어봤음. 미치겠다 진짜. ㅋㅋㅋ 이 집 곳곳에 부조 작품이 붙어있는데 대놓고 드러난 남자 성기가 어찌나 많은지. 


다른 어떤 도시들에 비해 고대의 흔적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로마이고, 멋진 건축물과 조각들이 너무 많아 걷다보면 눈이 무뎌질 정도이지만, 그래도 항상 볼 때마다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건축물이 있다. 바로 판테온. 20살 이후로 이번이 로마를 3번째 찾는 것인데, 판테온은 처음 보았을 때 그대로의 감동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실제로 보면 더욱 멋진 건물. 라파엘이 이 곳에 안치되어 있다. 


천장 위 이렇게 뚫린 돔을 통해 자연광이 은은하게 판테온 내부를 밝힌다. 

저 돔은 신기하게도 눈, 비가 올 때 내부로 들어오지 않았다는데, 지금은 입구 문을 항시 활짝 열어놓기 때문에 비가 내리면 안으로 빗방울이 들어온다고 한다.


요새 파노라마샷 찍는 데 푹 빠졌다. 로마에서 특히 자주 찍어댔더니 이제 선수가 다되었다. 손떨림없이 빠르게 쫙. 그래도 역시 실물의 장엄함과 규모는 전달이 안되네.


판테온을 나와 계속 걸어가는데, 작은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동상이 눈길을 끌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웬 새가 머리 위에. 

여기 새들은 저렇게 동상 머리 위에 잘 올라서 있더라. 저 동상이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듯. "이 놈 새야, 썩 내려오지 못할까!" ㅋㅋ 


이 날 저녁, 숙소 앞에 피콜로 아란시오(Picolo Arancio)라 하는 인기 많은 식당이 있어서 가보았는데, 에피타이저로 튀긴 아티초크를 시켜봤다. Jewish style 이라고 하는데, 튀겨서 짭쪼름하게 소금을 뿌린 게 맥주 안주로 딱이었다. 


이어서 연어 스테이크를 화이트 와인와 함께 곁들여 먹고 거하게 취해서 막 으하하하하 웃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 식당 얘기를 하다보니 떠올랐는데, 이탈리아는 식당마다 아주 제각각 룰이 다양하다. 이 피콜로 아란시오는 빵이랑 브레드 스틱같은걸 우선 테이블에 무조건 갖다놓고 그걸 먹으면 한 사람당 2.5유로인가 3유로를 청구한다. 옆 테이블 노부부가 그걸 모르고 그냥 몇 조각 집어들었다가 영수증에 찍힌걸 보고 뭐냐고 항의하셨음. 또 어떤 식당은 빵은 그냥 주는데 한사람당 서빙 차지를 2유로 정도 청구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그런 게 없는 대신에 알아서 팁을 챙겨주길 기대한다. (관광지 식당을 가면 대놓고 서비스 비용이 포함안됬으니 팁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오늘 갔던 식당에서는 서비스 비용같은 추가 비용이 전혀 없는데, 원체 맛있기도 하고 친절했으므로 우리가 몇 유로를 덤으로 챙겨주고 나오기도 했다. 이렇듯 기준이 모호하여 헷갈릴 수가 있는데,어떤 한국의 유럽 여행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팁을 무조건 줘야한다고 써놓은 데도 있고, 가이드북에서는 의무는 아닌데 서비스가 좋으면 챙겨주라고 써놓고 하니 어떤 조언을 따라야할지 모르게되버린다. 

피렌체에서 우리 숙소 체크인/아웃을 도와준 가브리엘한테 이탈리아의 팁 문화에 대해 물어봤었는데(가브리엘이 웨이터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원래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의무적으로 팁을 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물론 서비스가 아주 맘에 들었을 경우에는 적당히 챙겨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무조건 팁을 줘야하는건 절대 아니라고. 그 말이 맞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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