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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어느 날 좋은 날 로마

by 레잇블루머 2015. 3. 21.

로마에는 일주일 일정으로 왔는데, 불운하게도 그 중 절반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다행히 수요일부터 날이 개었고 내가 기억하는 로마의 쨍쨍한 햇살이 다시 얼굴을 활짝 내밀었다. 날씨가 좋으니 발걸음도 가벼워. 신나게 걸음을 내달았다. 

안녕, 판테온. 


파리만큼 로마도 걸어다니기 좋은 도시이다. 트레비 분수 쪽에 숙소를 잡았더니 지하철이나 택시를 탈 필요가 없다. 이날도 바티칸까지 슬슬 걸어갔었지. 

아래 사진은 사천사성. 


로마는 정말 훌륭한 조각상들이 많다. 남편이랑 로마와서 자주 하는 놀이(?)가 있는데, "아, 이런 조각 하나만 한국에 있었으면 난리 났을텐데" " 아 이런 건물 하나만 옥빌(남편 고향)에 있었으면 사람들이 몇 시간 운전해서 올텐데" 이런 놀이. 너무나 대단한 건축물과 작품들이 로마에는 즐비해서 어지간히 오래된 건물이나 유명한 곳이 아니면 그냥 지나치게된다. 이런 멋진 천사상도.



바티칸까지 가긴 갔는데 끝도 없이 늘어선 줄 때문에 포기하고 점심이나 먹으러 갔다. 그리고 발견한 대박 피자집. 


그냥 너무 허기저서 바티칸 뒤쪽으로 해서 무작정 걷다가 보이는 피자집에 들어간건데, 정말 대박 맛있었다. 이름도 평범해~ 외관도 평범해~ 근데 너무 맛있어! 솔직히 말하면 나중에 이 피자 먹겠다고 또 한번 갔는데, 점심시간 맞춰갔더니 정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바티칸 뒷부분으로 터널 있는 쪽으로 몇 분 걸어가야있는 주택가쪽이라 관광객은 아예 없고 동네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런 곳이었는데, 아무튼 이 곳에서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맛있는 피자를 맛보았다. 

피자는 사실 엄연한 이탈리아 전통음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사람들이 열광해서 다시금 이탈리아에 붐이 일게된, 일종의 스낵? 캐주얼한 메뉴 라고 보면 딱 좋을 듯 하다. 관광객들을 위해서 많은 식당들이 피자를 메뉴로 내고 있고, 맛도 썩 괜찮긴 하지만, 기대만큼 우와~ 할만한 피자집을 찾긴 어렵다. 차라리 제대로 된 피자를 맛보려면 피자만 전문으로 하는 피제리아를 가는 게 좋고, 나는 좀더 덜 고급진 이런 네모진 스타일의 피자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편은 여전히 자기는 화덕에 구운 동그란 피자가 더 맛있다고)


이렇게 돼지호박을 잘게 썰어 올린 피자가 이런 종류의 피자집마다 있다. 

맛은 담백하면서도 살짝 짭조름하니 씹을 수록 매력을 알게되는데, 약간의 흑후추가 뿌려져 있어 꽤나 맛있다. 


이건 다른 날 갔을 때 찍은 것. 

저 빨간 소스가 발라진 피자가 대박~ 맛있다. 스파이시 마게리따 피자인데, '그래봤자 뭐 얼마나 맵겠어'하고 그간 이탈리아에서 스파이시하다고 한 음식들이 내 혀에는 일절의 통각도 주지 않음을 알고 실망했던 내가, 이 피자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딱 적절하게 매우면서도 토마토와 파슬리의 풍미가 입안을 확 감싸는 그 맛에 완전 반해버렸지. 


저기 캡모자를 쓰신 분이 정말 친절하다. 손님들이 다 빠질 때쯤 대화를 나누면서 누가 어떻게 피자를 만드는지, 어떤 재료를 쓰는지 친절하게 가르쳐주면서 또 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저 분의 다정함때문에 이 피자집을 찾는 단골들이 여럿 될 듯 싶었다. 


바로 이집! 

스테이션~ 피자.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or)에 찾아보니 리뷰도 4.5로 좋다. 그리고 대부분의 리뷰는 현지인들이 작성한 듯 하여, 숨겨진 맛집임을 증명!



맛잇게 배를 채우고 다시 트레비 쪽으로 슬슬 걸어 돌아갔다. 


요즘 로마에 저런 길거리 아티스트들이 많더라.. 저런 스프레이로 즉석에서 퓨쳐리스틱한 그림을 그려내는데 솜씨가 대단해서 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나랑 남편도 한참 서서 보다 왔는데, 솜씨에 대한 감탄과 별개로 마스크도 안쓰고 저 스프레이를 왕창 뿌려대는걸 보고 건강에 안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나이가 먹은건가..;; 암튼 가격은 10유로. 재미있는게 같은 스타일로 그림을 그려 파는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는데, 정말 못그리는 사람들도 있다 ㅋㅋ 그 사람들 그리는 걸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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