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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발리

발리에서의 삶, 3일째

by 레잇블루머 2015. 6. 8.

발리에 온지 이제 3주 정도 되었고, 

앞으로 1년동안 살 집을 찾아 계약해서 들어온지는 3일이 되었다. 

고르고 고르다가 멩위(Mengwi) 라는 지역에 있는 빌라를 하나 얻었는데, 그야말로 자연 속에 덩그라니 있는 집이다. 오른쪽으로는 계단식 논이 펼쳐져있고, 왼쪽으로는 이 집이 세워져있는 땅 주인이 소와 닭을 키우고 있다. 덕분에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소똥 냄새가 나는 게 여간 정겨운게 아니다. 논에서는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 농부들이 와서 부지런히 밭을 가는데,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게 된다. 

아주 모던한 집이고 지어진지 3개월 정도밖에 안되었지만 발리의 대 자연 속에 있는 한 개미와 게코들과의 공생을 피해갈 수는 없다. 발리에서는(아마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그렇겠지만) 집에 게코가 있어야 그 집에 행운이 온다고 믿는데, 내 생각에는 어느 집에나 게코가 있는데 이 녀석들을 쫓아낼 방안도 없으니 그렇게 믿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게코가 있어서 좋은 점도 있다. 날라다니는 벌레들을 먹어치워준다는 것. 다만 열심히 먹고 난 뒤에는 천장에서 열심히 똥을 싸질러서 아침이 되면 이 녀석들의 활발한 장 운동의 결과물을 볼 수 있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쭉 나고 자란 나는 밤에 잠자리에 들 때 들려오는 개구리와 귀뚜라미, 게코 소리 등이 낯설다. 에어콘을 틀어서 윙윙 거리는 기계소리를 듣고 있자면 오히려 더 마음이 평안해진다고나 할까. 종종 귀농을 꿈꾸며 자연 속에 묻혀 사는 삶을 꿈꾸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몸이 우선 적응을 못하는 듯 하다. 그럼에도 온통 푸르른 논과 나무들을 보면 이 삭막한 마음도 촉촉해지고 착하게 살아야겠다 마음 먹게 되니 일년 뒤 나는 분명 더 나아져있을거라 믿고싶다. 


지금은 오전 9시 30분. 

우리집 청소를 도와주는 펜반투(우리나라로 치면 가사도우미)가 열심히 빗질을 하고 계시다. 아침 9시에 오셔서 오후 4시까지 청소를 하다가 가시는데 월급이 겨우 120만 루피아로 한국돈으로는 10만원이 약간 넘을 것이다. 발리에 5번이 넘게 들락날락하고서야 깨달았는데, 이 곳의 물가 수준은 한국이나 서양의 그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120만 루피아면 한국돈으로 120만원의 느낌이랄까. 가끔 어디 이동중에 현지 식당들에 닭고기국수가 8000루피아 이렇게 써있는데, 이건 우리 돈으로 한 6-700원 하는것이다. 아무튼 여기에 있으면서 물가나 보상에 대한 개념의 혼란이 크게 와서 아직도 적응중이다. 


이사를 막 했기 때문에 아직도 할 일이 밀려있다. 우선 중고차도 하나 사야하고, 중고 스쿠터도 하나 사야하며, 와이파이도 설치해야한다. 오늘은 발리의 전자상가와도 같은 리모몰에 가기로 했는데, 가서 남편 업무용 모니터를 사올참. 자기 사업하겠다고 미국의 좋은 직장 때려치우고 오셨으니 열심히 해야지, 남편?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생각만 나면 쪼아대고 있다. 그럼에도 허허 웃으며 '알았어 열심히 할께!'하고 파이팅을 외치는 남편을 보면 진짜 성미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는 정반대. 나는 성급하고 화를 잘 내는데.. 


아무튼 이렇게 적응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