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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발리

발리에서 삼시세끼 해먹고 살기

by 레잇블루머 2015. 6. 20.

어제 고객 웨딩 한건을 마쳤고, 다음주의 한 건을 더 하면 상반기 예약된 웨딩은 모두 마무리가 된다. 즉, 이제 띵가띵가 놀 시간이 되었다는 것. 기념으로 어제 발리의 대표 일본/한국 슈퍼라고 할 수 있는, 파파야 슈퍼마켓에 들러 잔뜩 장을 봐가지고 왔다. 일요일 점심에 현지 친구들이 오기로 해서 불고기를 해주기로 했는데, 조금 비겁하지만 한국의 불고기 소스를 사가지고 왔다. 저번 포스팅에서 적은거 같은데, 우리 집은 번화가랑 상당히 떨어져있기 때문에 먹을 게 떨어지지 않도록 미리 먹거리를 사다 쟁여놓으려 하고 있다. 이번에도 무지하게 사들고 왔음. 

그리하여 오늘 아침에는 어그적어그적 일어나 커피를 만들고, 시리얼을 먹고, 후식으로는 초코빵을 먹었고, 

바로 드러누워 삼시세끼 정선편을 보다가 비빔국수가 나오길래 나도 먹고싶어져서 아래와 같이 만들어서 먹었다. 야채를 너무 대충 크게 뜯었더니 영 보기에는 별로네..;; 저번에 먹다남은 일본 메밀국수면을 삶았는데, 별로 안어울렸다. 다음에 파파야 슈퍼에 가면 꼭 한국 소면을 사와야겠다고 다짐다짐. 


저녁에는 남은 밥으로 밥전을 만들고, 발리의 로컬 소고기로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발리의 소들을 보면 가둬두지 않고 그냥 풀어서 키우고 풀을 뜯어먹고 자라는데 때문인지 진열된 발리 소고기들을 보면 마블링이 거의 없는 살코기이다. 가격도 호주산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큰 관심이 있는 나와 남편은 큰 고민을 하지 않고 발리 소고기를 골라가지고 온다. 가격도 2사람이 먹을 분량의 스테이크가 대략 3-4천 루피아 정도이니, 한국돈으로는 3000원대. 


외국 나와 살면 김치 생각이 안날 수가 없는데, 나는 냉장고에 김치 냄새가 배는게 싫어서 파파야에서 김치를 파긴 하지만 사오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김치 소스를 팔고있길래 사와봤는데, 정확히 한국 김치 맛은 아니지만 얼추 겉절이 같은게 꽤 먹을만하다. 이번에 삼촌 가족이 왔을 때는 삼촌이 이걸 너무 좋아하셔서 잔뜩 만들어먹었다. 배추를 먹기 좋게 잘라서 소스를 부어 버무린 후 바로 먹거나 20-30분 정도 있다가 먹으면 땡. 


밥전을 굽다가 부엌의 창 너머를 봤더니 이렇게 예쁘게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뒤지개를 내려두고 폰을 찾아서 사진을 찍어봤다. 찍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발리를 떠나 도시에 정착해서 원래 내가 살던 일상으로 돌아가면 분명 이랬던 순간들이 그리워지겠지? 이른 아침부터 해질녁까지 열심히 논일을 하는 발리 농부들의 모습과 밤마다 들려오는 개구리와 귀뚜라미 소리. 가끔 연날리러 오는 아이들이 내는 웃음소리라던가. 예외없이 항상 아름답게 물드는 발리의 저녁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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