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살지 않는 한 캐나다에 살고 있다면 반강제적으로 요리를 자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기준에서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첫째는 외식비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식당에 가면 음식 값 외에도 기본적으로 세금이 13% 내외로 붙게 되구요, 여기에 서버(Server)에게 주는 팁이 15-20% 가 더해집니다. 전형적인 캐나다 식당에 가서 메뉴 2개와 음료 2개를 시키면 대략 50불 내외 정도가 나왔다고 쳤을 때, 세금과 팁을 더하게 되면 거진 65달러 가량으로 훌쩍 금액이 치솟게 되요. 비싼 식당에 가지 않아도 보통 한국돈 7-8만원은 쉽게 쓰게 됩니다.
캐나다의 팁 문화에 대해서 짧게 얘기하고 넘어갈까요?
전 캐나다에 2003년에 처음 여행으로 오고 그 뒤로도 자주 방문을 했었는데요, 몇 년 살면서 이 나라 분위기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외식할 때마다 팁을 주는게 참 아깝게 느껴졌어요. 캐나다에서 태어나서 자란 제 배우자는 그런 저를 오히려 신기하게 보곤 했는데요, 캐나다인들에게 식당에서 서빙 서비스를 받고 팁을 주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았을땐 듬뿍 팁을 주는 행위에 대해 기쁨마저 느끼는 듯 보입니다. 제 배우자는 식당에서 식사할 때는 기본적으로 15%의 팁을 주고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다면 20%를 줍니다. 뉴욕에 살고 있는 지인집을 방문해서 함께 외식하러 다닐 때 듣자하니 미국은 점차 20%가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고 해요. 놀라운 일이지요. 예를 들어 10만원 어치 먹으면 2만원을 팁으로 주게 되는 것입니다. 이따금 듣자하니 어떤 분들은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으셔서 10%를 주거나 아예 안주시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몬트리올 살 때 종종 아시아 식당에 가면 고객에게 묻지도 않고 10-15%의 팁을 미리 계산해서 빌을 주거나, 아니면 테이블 위에 '단체 손님의 경우 무조건 10%팁이 부과된다.' 등의 문구를 보곤 했었는데요, 아무래도 팁이 익숙치 않은 아시안 손님들이 팁을 잘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들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인들이라고 이런 팁이 아깝지 않게 느껴지는건 아니겠죠. 캐나다는 다른 나라보다 세금도 훨씬 많이 내는 편이고 밴쿠버의 경우 집값이 후덜덜하게 비싸기 때문에 분명 많은 캐나다인들에게도 잦은 외식은 부담스러울 겁니다. 그때문인지 주말이나 점심시간에 보면 푸드코트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요.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사먹으면 팁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되거든요. 어떤 푸드코트 식당들은 계산할때 카드 단말기에 은근슬쩍 팁을 요청하는 순서를 껴놓는데요, 이런건 가볍게 무시하면 됩니다. (그러나 맘 약한 캐내디언들은 가끔 이때도 10% 정도 챙겨준다는거..네..제 배우자가 그렇습니다..) 푸드코트가 아니면 부담없는 맥도날드나 팀홀튼에 가서 간단히 샌드위치나 버거로 식사를 때웁니다.
두번째 이유는 배달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물론 식당에서 음식을 배달 시켜먹는 게 가능하긴 한데요, 한국과는 시스템이 많이 다릅니다. Skip the dishes 나 Door Dash, UberEats같은 배달 앱을 사용해서 주문할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배달비가 따로 나가고 배달해주시는 분에게 팁을 따로 주어야 합니다. 팁은 기본 10%부터 출발하여 15%, 20% 중에서 선택하거나 따로 지정하여 줄 수 있습니다. 배달비도 내는데 팁을 따로 줘야하니 배달 한번 시키는 게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이렇게 캐나다에서 음식 배달시키는 게 부담스러운 구조가 된 데에는, 배달 앱들이 지나치게 높은 커미션을 받는 데 크게 기인합니다. 제가 알기로 미국 회사인 Door dash 는 음식 비용의 10%를 커미션으로 가져가고, Skip the dishes 는 20%를, UberEats는 무려 30%를 가져갑니다. 식당에 30달러를 주문하면 그 중 3-10달러가 이런 앱(app) 업체들로 가는 것입니다. 우버이츠 앱을 보면 유난히 등록된 식당들 숫자가 적은데요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식당들이 등록을 꺼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에 KFC에서 닭튀김과 감자튀김 콤보를 시켰습니다. 음식 자체는 30달러 가량 했지만, 세금, 배달비, 팁 등 이것저것을 추가했더니 결국 50달러 가량을 내게되더라고요. (남편이 배달원 팁으로 10달러를 준 것도 큰 영향이 있었습니다..;;) 집에 앉아서 편하게 음식을 받을 수 있는 편리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말 요리가 하기 싫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배달앱을 이용하게 되지만 시킬 때마다 아까운 마음이 드는건 사실입니다. 좀 덜 피곤할 땐 픽업을 가긴 하는데 차를 몰고 가서 기다렸다 받아오는 일의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그냥 간단히 요리하고말지 하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캐나다의 대표적인 여가생활(?)인 외식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할일 없는 캐나다의 삶에서 외식은 일상의 특별한 이벤트와도 같은데요, 요즘 같아서는 팁을 듬뿍 줘야할지라도 식당에 앉아 서비스 받으면서 외식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삼시세끼 다 차려먹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요.
* Skip the dishes 에서 주문하신 후 식당 사정으로 주문이 취소되더라도 본래 결제수단 (대개 신용카드)로 환불이 되지 않고 크레딧(credit)으로 전환됩니다. 참 치사한 전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픽업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되도록 식당에 직접 전화하여 주문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상당 수 식당들이 직접 주문 및 픽업 시 적용되는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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