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전체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중국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현재 캐나다는 세계에서 13번째로 확진자 수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요, 그 수가 총 8만 3천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캐나다 총 인구수가 3759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퀘백주와 온타리오주인데요, 하루 수백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밴쿠버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데요, 일일 10여명대의 확진자 수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이 상황 속에서 캐나다 정부는 조심스럽게 경제 재개를 시작하였는데요, 최근 빅토리아 데이를 기점으로 일부 서비스 업종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애정하는 위너스(Winners)를 비롯하여 쇼핑몰의 몇몇 상점들과 미용실이 다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주말 바깥 나들이를 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위너스 앞에 입장하고자 늘어선 사람들의 줄이 무척 길었다고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게 하던 코스트코 역시 기준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들을 빠르게 입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확진자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니 금세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관성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공원과 같은 공공시설 역시 다시 개방하는 추세인데요, 각 주 정부에 상당 권한을 위임하고 있어 주마다 개방 정도에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번 주말 토론토의 인기있는 공원인 트리니티 벨우드 파크(Trinity Bellwoods park)에서 찍힌 사진은 많은 이들의 지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좋은 봄날씨를 즐기고자 옹기종기 모여든 이 인파를 보면, 과연 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캐내디언들은 (제 개인적인 생각에) 미국인들에 비해 규칙을 더 잘 준수하고 정부를 신뢰합니다. 때문에 정부의 락다운(lockdown) 정책이 2달 가량 이어져도 미국과 같은 대규모 시위나 비판의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지요.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서구 국가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위 트리니티 벨우드 파크의 주말 풍경에서 보듯이 현재의 팬데믹 사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전에 비해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점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제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요즈음의 분위기를 적어보겠습니다.
2월 말까지만해도 캐나다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밴쿠버 바로 아래 동네인 워싱턴주에서 확진자 급증 소식이 들려오더니 3월 초부터 급격히 분위기가 안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월 중순 각 정부는 락다운(lockdown)을 시행합니다. 필수근로자(essential worker)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사람들은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행정명령이 떨어진 것입니다. 장을 보러 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동네 산책을 하는 것 외 다른 어떤 활동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친구를 만나서도 안되고 공원에 갈수도 없으며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에는 출입금지를 위해 노란색 테이프가 붙여졌습니다. 이를 어기는 업장이나 개인에게는 1000달러 또는 그 이상의 벌금이 부과되었습니다.
유일한 외부활동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마음같아서는 매일 장을 보러 가고 싶었습니다만, 막상 가보면 마스크 쓴 사람들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종종 줄을 서서 들어가야 했으므로 코스트코같은 인기있는 매장은 갈 엄두를 못내고 약간 더 비싸더라도 되도록 한가한 곳에서 장을 보고자 했습니다. 집에 있으니 할일이 없어 온라인 쇼핑에 대한 유혹이 커지는데요, 문제는 캐나다의 배송 시스템이 한국에 비하면 정말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는 점에 있습니다. COVID 19 팬데믹 이전에도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하지 않는 한 빠르면 3일, 보통 일주일 가량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특히 제가 사는 밴쿠버가 물류센터가 모여있는 온타리오지역에서 떨어져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락다운이 시작된 이후로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온라인 쇼핑을 하기 시작한 때문인지 무엇을 주문하든 기본 3주 이상 걸려 답답한 마음에 온라인 쇼핑에 대한 열의마저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두 달이 흘렀습니다.
경제가 조심스럽게 재개되고 확진자 및 사망자수가 이전에 비해 진정되는 듯 보이자 사람들은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날씨가 너무 좋아진 것도 사람들이 자제력을 잃게 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지요.
슬그머니 경제재개가 시작되고 바이러스도 누그러지는 듯 보이자 캐나다로 이민 또는 유학을 계획하고 계시는분들의 문의글이 자주 보입니다. 현재는 9월에 학교가 다시 문을 여는 것으로 각 주 정부가 발표하였는데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개학을 하더라도 교내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즉각 문을 닫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가을 겨울을 기점으로 2차 유행이 올 예정이고 이는 1차보다 더 위험할 것이라고 하니 2020년만큼은 학교로 돌아갈 기대를 접는 게 낫지 않을까요? 우선 가서 온라인 수업이라도 들으면서 학교가 문열길 기다릴까 하는 부모님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지인들에 말에 따르면 온라인 수업의 질이 안타까울정도로 낮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라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아이들이 집중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요. 나가서 캐나다 친구들이라도 사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락다운이 다시 시행된다면 가족 외 친구를 만나는 것도 금지되기 때문에 집과 슈퍼마켓만 오가는 지루한 생활만 하게될 수 있습니다.
과연 이 팬데믹의 끝은 어디일까요?
여전히 일상을 이어나가는 한국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하루에도 몇번씩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현재 저는 집이 캐나다에 있고 한국에 있어도 되도록 조심하고 집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며 그저 이 사태가 종식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이번 COVID 19 팬데믹에 매우 훌륭히 잘 대처했고 인내한 결과 한국이 지금과 같은 자유를 누리고 일상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지켜보는 일인으로서 너무나 자랑스럽고 어서 이 힘든 시기가 지나가서 다시 예전처럼 두 나라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이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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