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아카데미아 디 피렌체(Accademia di Belle Arti di Firenze)에 다녀왔다. 이유는 단 하나. 다비드를 만나러. 시뇨리따 광장과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레플리카들을 이미 보았지만, 레플리카만으로도 엄청난 인상을 받았으므로 원본을 보면 대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아카데미아를 들어가면 prisoner 라고 불리우는 석상들이 놓인 복도를 지나면 곧 다비드상이 나온다.
이 Prisoner 들도 매우 인상적이다. 어디선가 미켈란젤로가 석상을 조각하는것은 돌 속에 살아숨쉬는 그 존재를 세상 밖으로 나올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얘기했다는 걸 들은 듯 싶은데, 이 말을 정말 했던거라면, 이 조각을 하다 만 석상들은 확실히 세상밖으로 탈출하지못한 '감옥에 갇힌 자(prisoner)'일 것이다. 이 이름들을 보면서 석상들을 보니 나부터가 답답한 심정이 들다가 드디어 눈 앞에 보인 다비드를 보니 그 막힌 가슴이 뻥 뚤린 기분이었다.
돔 아래 자연광을 받으며 서있는 다비드.
확실히 아래서 올려다보면 신체가 더 균형잡혀 보인다.
자세히 보면 손과 발이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꽤 크게 표현되어 있다. 신체 곳곳의 혈관이나 근육의 미세한 묘사를 보면 미켈란젤로의 천재성과 더불어 이 작품이 왜 그렇게 추앙받는지 쉽게 공감이 간다. 이 다비드상은 이미 두 명의 예술가가 포기한 원 돌을 미켈란젤로가 받아 작업을 한 것인데, 충분한 양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수를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부담감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미켈란젤로가 이를 도전으로 여겨 받아들이고 작업하여 다비드를 탄생시켰던 것.
사진으로 앞모습은 자주 보았지만 뒷모습은 처음 보았는데, 의외로 엉덩이가 크다며 남편과 잠시 다비드를 놀려주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비드의 눈이 약간의 공포심을 보이고 있어 더 흥미롭다고 한다. 골리앗에게 돌을 던지기 직전, 두려움은 숨기고 한껏 용기를 끌어내어 공격을 하고자 하는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소년의 모습. 실제로 마주한 다비다상은 정말이지 매우 감동적이었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다가 이어 다른 작품들을 보고자 이동했는데, 다비드상의 여파 때문인지 다른 작품들의 감상에 몰입이 어려웠다. 하하. 목판에 그려진 15세기 작품들이 많았고 당시 기독교적 세계관을 잘 볼 수 있는 근사한 회화들이 많았는데, 왜 하필 다비드상을 갤러리 초반에 배치하여서 나머지 작품들에게 분배할(?) 감동이나 흥미가 이미 소진되어 있었다. 하루 종일 이 곳에서 보낼 계획이라면 눈 꼭 감고 다비드를 후다닥 지나가서 다른 것들을 다 보고나서 다비드를 다시 보러 오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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