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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마리오 트라토리아: 피렌체 티본 스테이크 그리고 진정한 동네식당의 자세

by 레잇블루머 2015. 3. 1.

지난 주, 산로렌조 성당 근처 피렌체 가죽시장을 나와 걸어가는데 어떤 식당에 줄이 길게 늘어져있는거다. 얼마나 대단한 맛집이길래 그러나 하고 가까이 가보았더니 남편이 '아~ 이 식당!' 하고 아는 체를 한다. 남편 말에 따르면 이 곳이 피렌체 티본 스테이크로 유명한 집이고, 점심시간에만 문을 연단다. 피렌체 티본스테이크를 집 앞 식당에서 맛보고 완전 반해버렸던 우리 둘이었기에, 이 마리오 식당이 게다가 그렇게나 인기가 좋다고 하니 반드시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이 때 하였던 것. 그리고 며칠 전 줄을 서지 않기 위해 식당 영업시작시간인 12시가 되기 10분전에 마리오 식당에 도착하였다. 


분명히 12시가 되지 않았는데, 식당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겨우 한 테이블 잡을 수 있었는데, 우리는 아주 운이 좋았던 것으로 간발의 차로 못들어온 사람들은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 수밖에. 우리 역시 완전히 테이블을 독점한 건 아니었던게, 각자 혼자 드시러온 이탈리아 할아버지 2분과 합석을 해야했던 것이다. 



여기서 좀 부끄러운 이야기를 고백해야하는데, 합석했던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와 비슷한 타이밍에 식당으로 들어오셨는데, 솔직히 나는 그 할아버지가 구걸하러 오신 줄 알았다. 너무나 초라한 행색에 낡은 검은색 잠바와 덥수룩한 머리 때문에 노숙자가 아니신가 했던 것.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 식당 단골이셨는지 서빙하는 아주머니의 다정한 인사를 나누신 후, 메뉴를 보지도 않으시고 자연스럽게 파스타와 치킨 요리를 와인과 더불어 하셨다. 


뒤이어 합석하신 할아버지도 첫번째 할아버지만큼은 아니었지만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남루한 옷차림이긴 마찬가지였다. 이 할아버지께서는 이내 우리에게 말을 거셨는데, 영어를 아주 잘하시고 아시아권 국가들도 여행해보셨다고 했다. 이 식당은 문 연 초창기부터 즐겨 찾으셨으며, 티본 스테이크 외에도 돼지고기 요리가 아주 맛있으니 나중에 꼭 먹어보라고 추천해주셨다. 그리고 계속되는 대화 끝에 우리는 이 할아버지가 바이올린 제작자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여러 나라에서 자기 바이올린을 사러 오거나 수리를 맡기는데 그 중 한국인도 있었다고. 나중에 놀러오라면서 주소를 남편에게 알려주고 가셨다. 아마 방문하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바이올린을 만드시는 분을 직접 만나게 되니 이 악기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솟아나는 느낌?


다시 식당 얘기로 돌아가서...


이 식당은 정말 구수한 동네식당같은 느낌이다. 12시 전에 갔으므로 아직 준비 중이었는데 분주하게 삶은 파스타 물을 빼고 고기를 써는 모습이 주방 유리창 너머로 보였다. 음~ 맛집의 파스타를 맛봐볼까. 우리도 파스타 하나 주문.


다른 식당에서 흔히 맛보았던 알단테보다는 한 20초 정도 더 삶아진듯한 파스타였지만, 솔직히 그게 내 입맛에는 잘 맞았다. 신선한 토마토 소스가 입맛을 돋구는데, 정말 소박한 엄마가 해주는 맛. 물론 우리 엄마는 파스타를 못만드시지만. ㅎ


이어서 티본 스테이크가 나왔다. 꺄!


저번에 700그램 시켜먹고 둘이 양이 안차서 이번에는 화끈하게 1킬로를 주문했다. 1킬로 가격은 33유로인가 35유로.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인가. 파스타도 5-6유로에 불과했고 전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이 때문에 로컬 사람들도 이 북적임을 감수하고 계속해서 이 식당을 찾는게 아닌가 생각했다. 게다가 인기가 많아지면 저녁장사도 시작할 법 한데, 아랑곳않고 꿋꿋하게 점심장사만 하고 땡. 아마 일하는 직원들도 참 행복하리라. 실제 일하시는 분들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바쁜 와중에도 손님들과 대화도 나누고 이것저것 챙기면서 즐겁게 일하셨다. 


맛있게 잘 먹었다!

배가 부르기도 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밖에서 춥게 떨고 있는걸 알기 때문에 디저트는 생략하고 나가기로 하고, 나가는 길에 주방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보고자 핸드폰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본 주방장님이 챠오 인사를 건네시더니 수신호로 주방안으로 들어오라고. 으잉? 진짜요? 나 역시 수신호와 입모양으로 다시 한번 물었더니 들어와서 찍으라고 다시 수신호. ㅋㅋ 결국 들어가서 사진 몇 장 찍었다. 이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ㅋㅋㅋㅋ 그리고 이렇게 요리하는 모습을 막 공개해도 되어요? ㅋㅋㅋ 열정적인 요리로 얼굴이 달아오른 주방장님과 보조 쉐프들꼐서 엄지를 척 올리시며 마음껏 사진 찍으라고 무려 옆으로 물러나계셨음. 하하하하. 이런 호의에 가당치도 않은 아이폰으로 몇 장 찰칵하고 급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아래는 그 때 찍은 사진들. 




저런 그릴판에 굽고 계시더라고.. 바로 옆에는 보글보글 끓고있는 파스타 소스. 


이건 이제 굽기 시작한 신선한 고기. 


맛도 좋았지만, 그 친절함과 다정함. 그리고 저렴한 가격. 왜 이 식당이 그토록 사랑받는지 이해가 되었다. 식당이든 뭐든 인기를 끌면 가격을 올리거나 확장을 하고 서비스가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마리오는 꿋꿋하게 예전 해오던 그대로 해나가는 모습이었다. 우리 테이블에 앉았던 첫번째 할아버지가 들어오셨을때 다정하게 포옹해주던 웨이트레스 아주머니가 떠오른다. 언제 찾아도 마음이 편안한 동네 식당. 소소하지만 그 얼마나 일상에 큰 즐거움이 되는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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