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까지 왔는데 제대로 된 피자를 한번도 못 먹어봤음을 오늘 아침에야 깨달았다. 이탈리아에 온지 2주 반이 되었는데, 피제리아를 한번도 안갔다니! 이건 이탈리아 여행자의 참된 자세가 아니야! 반성하며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당첨된 피제리아는 지나다닐 때마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던 구스타 피자(Gusta pizzeria)! 지금 있는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한다. 오늘도 갔더니 사람들로 바글바글. 몇 분 기다리긴 했는데 워낙 효율적인 시스템이라 금방 먹을 수 있다.
피자 종류는 몇 개 없다. 한 6-7개 정도? 가격은 5-7유로 대이니 얼마나 저렴한가 ㅠㅠ 흑흑. 1인당 1피자 원칙으로 하나씩 고르고 계산을 하면 번호표를 준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어떻게 만드는지 열심히 구경을 하고 있으면... 곧 피자를 만드시던 분이 시원하게 번호를 불러준다. 넘버 식스! 넘버 식스! (우리가 넘버 식스였음 ㅎㅎ)
키친 바로 앞 테이블에 앉게되어서 열심히 피자 만드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도우를 치대거나 돌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저 화덕에 어떻게 피자를 넣고 회전을 시켰다가 들어서 불 가까이에 댔다가 하면서 굽는 테크닉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 피자집에 취직해서 돈은 안받고 그냥 일만 하다가 노하우 좀 배워왔으면 하는 생각. ㅎㅎ
우리는 오늘 마르게리따 피자 하나와 구스타 피자를 시켰다.
아래는 구스타 피자. 토마토 소스. 모짜렐라, 루꼴라, 체리토마토, 그리고 파마잔 치즈의 조합.
아래는 마르게리따. 토마토 소스, 모짜렐라, 바질의 간단한 조합이지만 이게 정말 맛있었다.
가격은 아래와 같이. 보니까 주소는 Via Maggio. 피렌체에서 맛있는 피자 드시고 싶은 분들 꼭 가보시길. 피자가 5유로이면 우리 돈으로 한 6500원 하는건데.. ㅠㅠ 이건 정말.. 만원의 행복..
배부르게 먹고는 소화를 시키고자 산책길에 나섰다. 오늘 산책지로 당첨된 곳은 얼마전 내 옛 블로그를 다녀가신 분이 추천해주신 보볼리 정원. 피렌체 여행하셨을 때 여기가 제일 좋았다고 적어주셔서 꼭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다가 오늘이 기회다 싶어서 갔다. 구스타 피자집도 바로 이 옆에 있다.
보볼리 정원은 피티 궁전과 붙어있는데, 우린 정원 산책이 목적이었으므로 정원만 들어가는 입장권을 끊었다.
가격은 7유로.
궁전 자체의 분위기나 건축양식이 매우 독특하다.
기둥이나 벽면의 굵고 둥근 모양이나 질감이 인상적. 아주 튼튼해 보인다.
아래는 보볼리 정원을 걸으며 찍은 사진들. 왜 추천해주셨는지 알겠더라. 정말 멋진 정원이었다. 규모 자체도 매우 크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미로처럼 재미있는 구조와 곳곳에 놓여진 석상들과 분수, 정원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피렌체의 전경까지 덤으로 볼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나는 여기를 걸으면서 계속 이 미로 같은 정원 곳곳에서 옛 피렌체 귀족들이 얼마다 달콤한 연애질을 했을까 하는 상상을 멈추질 못하겠더라 ㅎㅎ 정말 딱 숨어있기 좋은 곳이 많았다.
보면 정원 내에 소박한 집들도 몇 곳 있는데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런 집들 중 한 곳에 줄줄이 자라고 있는 오렌지 나무. 남편이 여기서 유머 하나를 시전하셨는데, "우리가 셀카봉이 있었으면 그걸 뻗어서 저거 하나 따먹었을 수 있었는데."라고 ㅋㅋㅋ
아마 이런 집들에는 피티 궁전에서 시중을 드는 이들이나 정원사들이 거주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커피 하우스라는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피렌체 시내. 이름이 커피하우스래서 가서 커피 한잔 해야지 하고 갔더니 문이 닫혀있었다. 으잉? 예전에 궁전에 있던 사람들이 커피 한잔씩 했던 곳이라는 뜻인가? 아무튼 아쉬운 마음에 가까이에 있는 자판기에서 카푸치노를 하나 뽑아 마시고 조금 더 저 풍경을 바라보다가 내려왔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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