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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파리에서

by 레잇블루머 2015. 3. 25.

파리로 돌아왔다. 

유럽에서의 계획된 시간이 벌써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남편과 나는 가장 좋았던 프랑스에서 남은 10일을 보내기로 했다. 5일은 파리에서, 그리고 마지막 5일은 차를 렌트하여 프랑스 남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며 로드 트립을 하기로. 지금 이 포스팅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두 밤을 자고 나면 로드 트립을 떠난다. 

아래는 지난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몇 장 안되지만 찍었던 사진들과 있었던 일들. 


지금 머물고 있는 로프트. 

직업이 무려 4개나 되는, 콧수염이 멋진 Romain 의 집을 5일간 빌렸다. 위치는 Bastille 근처의 Rue de Charonne 인데, 주변에 맛있는 식당이 많아서 좋다. 한국으로 치면 마치 경리단 맛집거리 한복판에 있는 집같은데, 대문을 나서면 짜잔하고 좋은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어차피 지난 달에 파리에서 볼 데는 다 봐버려서, 관광코스보다는, 아침에 늦잠자고 일어나 밤새 쌓인 이메일과 업무 처리를 한 후,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마레 지구나 슬슬 돌다오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남편이 이 책상과 조명 배치를 아주 마음에 들어해서, 다음에 집을 꾸밀 때 반드시 넓은 테이블을 이렇게 놓기로 했다. 


고급스럽진 않지만 편안하면서도 멋스럽게 꾸며진 게, 딱 파리지앙 아파트 느낌. 

아참, 어제는 벤시몽 매장을 갔는데, 약간 황당한(?) 경험을 해서 여기 기록해둔다. 벤시몽에서 옷을 두 벌 샀는데, 상의는 옅은 핑크 소재의 반팔이었고 하의는 베이지색이었는데, 돌아와서 입고 짜잔 했더니, 남편이 하는 말, "dental assistant 같아." 

두둥!

내가 봐도 간호사 느낌이네? 딱 간호사 유니폼 느낌. 

충격을 받아서 그 길로 다시 20분을 걸어가 환불을 요청했더니, 아니 웬걸. 환불은 안되고, 교환만 된단다. 교환도 원래 구매한 금액 이하이면 환불은 안해주니 잘 맞춰서 금액을 채우던지 아니면 그 이상을 구매해야한다는 것. ㅠㅠ 이럴수가.. 직원분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백화점 같은 큰 곳들은 환불을 해주기도 하는데, 보통 작은 일개 매장들의 경우, 교환만 가능한 경우가 많단다. 유럽에 이런 곳이 많다고. 어차피 한국을 떠날 때 가벼운 여름옷만 챙겨와서 봄옷이 필요했으므로 그래 한번 교환할 옷을 골라보자 했는데, 문제는 맘에 드는 옷이 없어.. ㅠㅠ 멀끔하신 일본 남성 직원분의 도움을 받아 그 가게에 있는 그럴싸한 옷들은 다 입어봤던듯. 겨우 골라서 왔는데 딱히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작년 8월부터 웨딩 플래닝을 도와드린 고객분이 계신데, 내가 결혼했던 발리의 똑같은 빌라에서 결혼식을 하시기로 결정하셨다. 시원시원한 성격이 매력적인 그녀와 난 곧 친구처럼 되어서 통인시장 가서 기름떡볶이도 같이 사먹고, 치맥도 한잔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나의 미국 이사행이 결정되면서 메일로만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 분의 웨딩이 벌써 다음달 초인데, 예식 때 베일 위에 쓰실 화관은 내가 선물해드리기로 했다. 알아서 예쁘게 준비해주세요. 라고 하셔서 고민하다가 그 분의 웨딩 테마 플라워가 재스민과 오키드라서, 그 두개를 이렇게 엮어만든 화관을 생각해보았다. 재스민 두 줄기를 엮고 머리 뒷 부분에 오키드 플라워 3개를 리본처럼 묶어내는. 잘 어울리면 좋겠다. 잘어울릴거다. 건강한 매력이 넘치는 예쁜 사람이니까. :) 



지금 있는 로프트 바로 옆에. 진짜 바로 옆 세 발자국 옆에 꽤나 괜찮은 크레페 집이 있다. 


햄, 치즈, 계란이 모두 들어간 꽁플레뜨. 


이건 남편이 시킨 건데 매우 달았음. 카라멜 + 바닐라 아이스크림. 


나는 이런걸 더 좋아한다. 버터와 소금. 쫄깃한 크레페 맛이 잘 느껴져서 좋다. 


바로 이 집. 정말 맛있다. 친절하고. 

이번에 갔을 때 노부부가 창가에 그림처럼 앉아서 크레페를 드시고 디저트까지 맛있게 시켜드시고 가셨는데, 그걸 보면서 참 보기 좋다 생각했다. 남편은(아내는) 젊을 때보다 늙었을 때 더 필요한 존재가 아닐지.. 



파리에 오니 하루에 두 개씩은 달디 단 것들을 사먹는다. 보통 사진 찍을 생각 못하고 우적우적 먹어버리는데, 아래 두 개는 한참 배부를 때 남편이 꺼내온거라 사진 찍을 정신이 있었음. 바스티유 근처에 블레 쉬크르(Blé Sucré)라는 맛있고 인기 많은 빵집이 있는데, 남편이 좋아해서 자주 간다. 뭘 골라도 맛있다. 인터넷에 나온걸 보니, 마들렌하고 크로아상이 맛있다고. 우린 맨날 그것만 빼고 시켰네. ㅋㅋ 

초코 에클레어. 


이건 이름 까먹음. 


삐카드(Picard)에서 사온 초코 간식. 맛있어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 우걱우걱 먹으면서 작업을 한다. 

지금 파리는 비가 온다. 

오늘 하루 종일 오고 있다. 

비 소리가 좋고, 나는 오늘 삐카드에서 한국 순대 비슷한 부댕(Boudin)을 사와서 먹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이렇게 순대를 즐겨먹을 줄이야. 이 외에도 오페라 근처에 가면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와 얼큰하게 김치 냄새를 풍기며 지나가는 프랑스인들을 종종 마주칠 수 있다. 음식에 있어서만큼은 프랑스인들은 정말 오픈 마인드인듯. 

카페에 앉아서 프랑스인들이 소근소근대듯 오래도록 수다를 떠는 소리도 듣기 좋다. 

어느 가게를 들어가든, 식당을 가든, 봉쥬르 마담 이라고 불러주는 게 좋다. 

파리가 좋다. 떠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