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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로마에서의 마지막 며칠

by 레잇블루머 2015. 3. 23.

우리 아버지가 중간에 잠들지 않으시고 끝까지 본 영화가 2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천녀유혼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글래디에디터이다. 심지어 이 글래디에디터는 2번을 보셨다. 어지간한 영화는 수면제에 불과한 우리 아버지가 끝까지 보셨다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남편과 나도 우리 로마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콜로세움을 정해두고 떠나기 이틀 전에 그 곳으로 향했다. 그 전 밤 글래디에디터를 다시 한번 봤음은 물론이다. 

콜로세움의 입장권을 사는 줄이 아주 길기 때문에, 포로 로마노에 먼저 가서 통합 입장권을 끊은 후 콜로세움으로 가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다고 하여 그렇게 했다. 

가까이에서 구석구석 보기 전에 우선 팔라틴 언덕(Palatine) 언덕으로 올라가서 전체 전망을 감상해보기로 했다. 



지상 바로 위의 열기에서 벗어나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맞는 바람이 시원했다. 아마 고대 로마의 지배자들이 이렇게 언덕 위에서 자신들이 통치하는 도시를 내려다보았겠지. 




이어서 콜로세움으로 갔다. 







역시나 멋졌다. 

남편과 '얼마나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죽어갔을지.', '고대 로마인들이 폭력을 엔터테인먼트의 일종으로 즐겼던 원초적 욕구가 오늘날에도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다(UFC처럼)' 등등 대화를 나누다가 저녁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식당은 많은데, 저번에 저녁을 했던 오리가노(Origano)라는 식당에서 한번 더 먹어보고 싶어서 또 이 곳으로 갔다. 저번에는 운좋게 들어가자마자 테이블을 잡았는데, 이번엔 좀 기다려야했다. 


우선 식사 나오기 전에 반주로 스피리츠 한잔씩 시키고~ 


애피타이저로는 이걸 시켰는데, 이름은 역시나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으므로 기억 불가. 어떤 맛이었는지 기록해보자면, 마늘을 넣어 향을 낸 올리브 오일을 아주 뜨겁게 달구어, 깍둑썰기한 가지를 넣고 빠르게 볶은 후 토마토 소스를 넣고 졸인듯한 맛이다. 아주 뜨거우면서 가지에 촉촉히 베어든 올리브오일의 향이 진해 입맛을 마구 돋구는 맛. 피타브레드 위에 올려먹으니 술이 술술술. 


사실 여기간 주 목적이 바로 이거였지. 

그때 먹은 봉골레가 너무나 맛있어서, 꼭 한번은 더 먹어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그런데! 맛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저번처럼 super 맛있지가 않았어.. ㅠㅠ 왜지 왜왜왜! 


이건 남편이 시켰던 튀긴 치킨 요리. 


가격은 이 정도. 

식당 이름과 주소는 이 영수증 위에. 로마에 다시 간다면 꼭 또 가보고 싶은 식당이었다. :) 


로마여행은 이렇게 해서 끝이 났다. 

로마에 일주일, 피렌체에 한달을 있으면서 내가 받은 인상은 -현대 이탈리아인들은 확실히 대단히 예술성이 높은 조상을 두고 있다는 것, -이탈리아 음식은 꽤나 단순하고 투박하게 느껴진다는 것 (올리브 오일, 토마토 등 재료가 단순하고(마치 우리 나라 음식이 뭐든 간장, 된장, 고추장을 넣으면 이게 되고, 저게 되는 것처럼), 프리모 피아티로 파스타로 배를 채워버리는 시스템 탓인지 정작 메인에서 힘이 딸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메인 디쉬가 다양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음) - 정치가 부패하고 빈부격차가 커서 그런지 관광지를 벗어나 보통 이탈리아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나오면 엉터리 그래피티 낙서들이 벽에 난리이고 전반적으로 더럽고 관리가 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 현대식 건물들은 예외없이 못생겼고. - 이탈리아 사람들은 정이 많고 스킨쉽을 잘한다는 것. 남편 표현에 따르면 '잘 만진다'고 ㅋㅋㅋ 좁은 길을 지나갈때 앞선 사람의 어깨를 양쪽으로 터치하며 익스큐제 하고 지나가는거라던지, 식당 가면 웨이트레스 아주머니가 팔에 손을 다정하게 올리면서 뭐 먹을거냐고 물어본다던지(어떤 식당에서는 손님이 귀여운 웨이터의 얼굴을 만지며 주문하는 것도 보았다. ㅋㅋ). - 한편으로 정말 공공규칙을 안지키는 것으로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유럽인들 중에 최강이 아닐까 싶다. 길을 건널 때 신호 무시하는 것은 너무나 다반사라 오히려 신호를 지키고 서 있으면 내 자신이 바보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어디 가서 줄을 설때도 누가 새치기를 하는지 신경을 써야하는데, 시치미 뚝 떼고 앞에 딱 서있는 아줌마들이 간혹 있다. 까르푸 이런데서 계산할 때 줄을 서면 살짝 다가와서 내가 계산할 물건 수가 더 적은데 먼저 하면 안되냐고 물어보는 이도 있었다. 물론 이 정도는 기분좋게 넘어가주지. ㅎㅎ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탈리아 사람들의 자유분방함과 다정함, 인간다움은 매력적이다. 따뜻한 이탈리아의 날씨처럼, 이들도 이렇게 속에 열정을 품고 살기 때문일까. 

파리에 돌아왔더니 한달 전처럼 똑같이 날씨가 쌀쌀하다. 그저께까지 셔츠 한 장 입고 로마 거리를 누볐던 게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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