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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프랑스 남부 로드트립] 성에서의 하룻밤. 샤또 드 바그놀.

by 레잇블루머 2015. 4. 2.

이번 프랑스 남부 로드트립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역시 성에서 하룻밤을 보냈던 것. 

파리로 올라가기 전 어느 곳을 갈까 고민하다가, 공기 좋은 곳에 좋은 호텔을 잡고 푹 쉬고 잘 먹다가 오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남편이 좋아하는 호텔 예약 사이중 slh.com이라는 곳이 있는데, 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 의 약자이다. 이 웹사이트는 일반적인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는 잘 노출이 되지 않는, 전 세계에 숨어있는(?) 작지만 럭셔리한 호텔들을 찾고 예약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 샤또 호텔도 이 곳에서 찾았다. 

안시에서 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어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샌드위치도 사먹고 천천히 주변 구경을 하면서 올라갔다. 바그놀(Bagnol)이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해있는데, 크게는 와인으로 유명한 보졸레 지방에 있다고 보면된다. 보졸레 누보가 나올 시기에 맞춰서 오면 더욱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한적하게 포도밭이 펼쳐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 한적한 바그놀 마을에 자리한 소박한 성이 나온다. 



철문 바로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예약자 이름을 말하면 문을 열어준다. 주차를 하는데 호텔 매니저가 나와서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이 샤또의 역사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성 전체 투어를 가볍게 시켜준다. 14세기에 요새로 지어진 성인데, 나중에 이를 구입하여 호텔로 개조했다고 한다. 


전통적인 유럽풍으로 꾸며진 방도 많았지만 우리 취향이 아니라서 우리는 이 샤또에서는 유일하게 모던하게 꾸며진 이 방을 골랐다. 역시나 그러길 잘했다고 남편과 또 짝짝궁. 정말 인테리어가 우리 마음에 쏙 들었다. 아래 사진들은 급한대로 아이폰으로 찍은건데, 원래 호텔에 체크인하면 내부 사진은 잘 찍지 않는데, 굳이 구석구석 찍어온 까닭이, 나중에 이렇게 침실을 꾸며야겠다고 생각해서 기록 차원에서..;; 진짜 그 정도로 모든 디테일한 부분이 마음에 쏙 들었다. 

저 침대 시트가 바스락거리면서도 부드러운게 정말 꿀잠을 잤다. 나중에 꼭 사야지 하고 시트를 들쳐서 어디 브랜드인지 알아가지고 왔음. 음하하하하. 나는 침대 바로 앞에 저렇게 소파를 두는것도 정말 좋아한다. 잘 때 쿠션이나 스프레드를 걷어내는데 그걸 바닥에 두는게 정말 싫기 때문에 그걸 저렇게 소파 위에 올려둬도 되고. 



보졸레에 위치한 샤또답게 투숙객들에게 보졸레산 와인을 한 병씩 선물한다. 이 날 맛있게 잘 마셨음~ 체리처럼 상큼하면서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이거 마시면서 무한도전 식스맨 시리즈를 봤는데, 너무나 그 상황이 편안하고 즐거워서 무려 새벽 3시까지 취해가지고 으하하하 거리면서 보았다. 남편이 다음날 나때문에 시끄러워서 잠을 설쳤다고 투덜대었음. 




블가리 어매니티를 주는데, 저 오드퍼퓸 로션이 너무 맘에 들어서, 다음번에 꼭 구입해야지 하고 결심했다. 


요즘 5성급 호텔은 다 이런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춰놓고 있는듯 한데, 유용하게 썼다. 



침대 옆 이 조명이 마음에 들었다. 


이 나무결 모양의 벽지. 이게 벽지라는게 놀라웠다. 진짜 나무인가 했는데, 만져보니 벽지였음. 이런 벽지를 나중에 구입해서 이런식으로 꾸며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유럽 여행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배워간다. 



방에서 나서면 이런 모습인데, 성 안에 들어와있는 느낌이 물씬 나서 기분이 정말 짜릿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방 이름. 


짐을 풀고 샤또 내부를 구경해보기로 했다. 



저 문은 프랑스 혁명 때 만들었던 것이라고. 가까이서 보면 투박하지만 매우 튼튼하게 생겼다. 



아담한 정원이 참으로 걷기 좋았다. 공기가 어찌나 깨끗했던지. 혹시 부자가 되면 요양차 한 1-2주 머물다 가면 폐에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데는 막 시작한 연인과 함께 걸으면 완전 짜릿할텐데. 연애 7년차, 결혼 2년차 부부라 별 감흥없이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걸었음. 남편은 계속 "누가 이 호텔을 찾았지?" 하면서 거들먹. 잘했다고 한 5번 얘기해줬는데 만족을 못해서 한번 더 물어보면 면박을 주려고 했음. ㅋㅋ 









샤또 구경을 마치고는 동네 구경을 나갔다. 

바그놀은 진짜 작은 시골마을이라 걸어서 10분이면 다 볼 수 있다. 




너무 금방 봐버려서 샤또로 돌아와서는 자전거를 빌려타고 옆 마을로 가보았다. 마찬가지로 작긴 하지만 바그놀보다는 컸음. 자전거를 타고 있었으므로 잠깐 교회 옆에서 휴식을 취할 때만 사진을 몇 장 찍어보았음. 



돌아와서는 미리 예약해둔 시간에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정말 큰 벽난로가 있는 다이닝 룸인데, 미리 예약을 한 덕분인지 나무가 타오르는 벽난로 바로 앞에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이 날이 일요일이라 쉐프가 쉬는 날이었으므로 간단한 비스트로 메뉴밖에 안되었는데, 남편과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쉐프의 가스트로노미 메뉴를 보니 스타터가 막 40-50유로하고, 메인 메뉴는 70-80유로 하는데 이거 제대로 코스로 먹고 와인까지 곁들이면 1인당 300유로는 쉽게 나가겠다 싶었다. 물론 먹어보면 그 나름대로 경험도 되고 좋았겠지만, 이 날 3코스로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28유로밖에 안나온걸 보고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음 ㅋㅋㅋ 나는 뻔뻔하게 a la carte 에서 시켜서 거의 50유로 나왔지만 이 분위기에! 이 서비스를! 받으면서 먹었으므로 후회는 없다. 


다음날 체크아웃하고 파리 샤를 드골 공항으로 올라가는 고속도로를 타는데 어찌나 아쉽던지! 

2달간에 걸친 유럽 여행이 이렇게 끝이 난 것이다. 마지막 5일을 로드트립하기로 결정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다음에는 프랑스만 와서 샤또 투어를 하자고 다짐하며 파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