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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6

피렌체를 떠나 로마로 피렌체에서의 한달이 금세 가버렸다. 작은 오래된 마을에서 한 달을 보냈더니 조금은 지루했었는지, 로마로 향하는 기차를 탔을 땐 뭔가 여행을 새로 시작하는 듯한 기분에 들뜨기까지 했다. 지금. 벌써 로마 일정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지난 토요일부터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기록해본다. 기차역으로 가는길에 아르노강을 마지막으로 감상. 택시를 탈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피렌체 시내를 천천히 둘러보며 가려고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서 모닝 커피도 한잔 하고. 이탈리아에 오니 정말 커피를 자주 마시게된다.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도 간단히 에스프레소 한잔은 입가심으로 필수다. 6년 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있을 때 이른 아침 어떤 작은 도시의 기차역에 내렸던 적이 있는데, 근.. 2015. 3. 20.
이어 가는 삶 - 피렌체 구두 장인 가죽제품으로 유명한 피렌체이건만 거리에 차고 넘치는 상인들과 가게들 중 진짜배기는 드물다. 그래도 그 구비구비진 골목들을 열심히 나다니다 보면 제대로 하는 가죽 장인의 가게들을 이따금씩 마주치게 되는 데 이 곳도 그 중 한 곳이었다. 로베르토 우골리니(Roberto Ugolini). 바실리카 디 산토 스피리토 옆에 얌전히 자리한 이 가게는 4대째 구두를 만들어오고 있는 구두 장인의 가게로 저 문을 통해 들여다보면 자그마한 나무 의자에 앉아 열심히 가죽으로 구두를 짓고 있는 장인과 제자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작업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들어가보지는 않고 지나칠 때마다 전시된 구두들이나 일하는 모습들을 유리창 너머로 구경하곤 했는데, 구두들이 하나같이 고급 자동차처럼 매끈하고 아름답다. 검색을 좀 해.. 2015. 3. 11.
피렌체 벼룩시장 나들이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에 Basilica di Santo Sprito 앞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이걸 원래 알고 갔던건 아니고 그냥 점심먹으려고 슬슬 걸아가다 보니 이렇게 성대하게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더라. 꽤나 볼만한 게 많았고 골라오고 싶은게 가득이었는데 트렁크 1개에 인생을 이고지며 사는 요즈음이라 극히 자제하며 구경했다. 여느 시장들에 비해 가치있어보이는 골동품들이 많았고 내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물품들은 오래된 액자와 삽화들. 겨우 5유로면 진짜 나무로 만든 빈티지 액자를 살 수 있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못삼 ㅠㅠ 이 외에도 귀여운 엄마오리와 아기 오리를 새긴 청동 벽고리라던지 구제 프라다 구두 등이 눈에 띄었는데 다 그림의 떡. 나중에 집 사고 자리 잡고 또 오게 되면 마구마구 쓸어가리라 결심했다.. 2015. 3. 11.
드디어 우피치 갤러리 피렌체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우피치인데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가보았다. 계속 못갔던 이유는 남편이 일 때문에 바빠서 도통 시간을 못냈고 나 혼자 가려니 어차피 남편도 갈텐데 기왕 갈바에 같이 가는 게 좋겠다 싶어 이제껏 기다렸던 것이다. 오늘 다녀와서는 그냥 나 혼자 가고 한번 더 왔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서도... 다음주에 혹시나 땡기면 그냥 한번 더 가볼 참이다. 그만큼 좋았다. 역시. 우피치 갤러리는 피아짜 시뇨리따와 폰테 베키오 사이에 있는데 입구로 들어가는 길에 피렌체를 빛낸 유명한 이들의 석상이 세워져있다. 그 중 몇몇 위인의 사진을 찍어보았음. 우선 마키아벨리부터. 군주론을 한 때 읽고, 허허 이런 책략가 같으니 하고 감탄했었는데, 석상을 보면 표정이 약간 음흉하면서도 날카로운게 정말.. 2015. 3. 8.
바로 눈 앞에 보석을 두고 계속 지나쳤네. 카펠라 브란카치 Cappella Brancacci 피렌체에 온지 이제 3주 가까이 되었다. 지금 있는 집이 피렌체 중심가와는 약간 떨어져있는 관계로 어디라도 갈라치면 15-20분정도는 걸어야한다. 그리고 가는 길에 항상 지나치던 투박한 모양의 성당. 나는 이 성당이 피렌체에 차고 넘치게 있는 수 많은 성당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나의 짐작은 틀렸다. 오늘 날씨가 좋길래 어디를 가볼까 하고 검색하던 중 이 성당이 나왔는데, 나의 예상보다 훨씬 유서깊고 중요한 곳이었던 것이다. 산타 마리아 엘 카르미네(Santa Maria del Carmine). 그리고 그 옆에 깊숙이 들어앉은 브란카치 채플(Cappella Brancacci). 이 곳에 마사치오(Masaccio)의 '에덴으로부터의 추방(The expulsion from the garden of E.. 2015. 3. 7.
구스타 피자와 보볼리 정원 피렌체까지 왔는데 제대로 된 피자를 한번도 못 먹어봤음을 오늘 아침에야 깨달았다. 이탈리아에 온지 2주 반이 되었는데, 피제리아를 한번도 안갔다니! 이건 이탈리아 여행자의 참된 자세가 아니야! 반성하며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당첨된 피제리아는 지나다닐 때마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던 구스타 피자(Gusta pizzeria)! 지금 있는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한다. 오늘도 갔더니 사람들로 바글바글. 몇 분 기다리긴 했는데 워낙 효율적인 시스템이라 금방 먹을 수 있다. 피자 종류는 몇 개 없다. 한 6-7개 정도? 가격은 5-7유로 대이니 얼마나 저렴한가 ㅠㅠ 흑흑. 1인당 1피자 원칙으로 하나씩 고르고 계산을 하면 번호표를 준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어떻게 만드는지 열심히 구경을 하고 있으면... 곧.. 2015. 3. 5.
지난 주말의 피렌체 3월이 되었다. 아주 춥지는 않지만 비가 자주 오고 구름이 꼈던 피렌체의 겨울도 어느덧 물러가고 봄이 왔음을 물씬 느끼게 된다. 오늘 산책길에 마주친 사람들 중엔 시원하게 셔츠나 티셔츠만 입고 있는 이들이 많았고 별 생각없이 겨울 잠바를 걸치고 온 이들은 더운 기색이 여지없이 엿보였다. 나도 티셔츠 위에 스웨터를 입고 나갔다가 땀이 나서 스웨터는 벗어버리고 허리에 대충 두르고는 피렌체의 좁은 미로같은 길들을 걸어다녔다. 오늘은 발리에 있는 친구에게 웨딩 선물을 소포로 보내보았는데, 이탈리아에서 우체국을 이용하는 것은 처음이고 게다가 이탈리아어를 전혀 못하기 때문에 긴장하면서 서둘러 출발했다. 새벽에 잠들고 정오 즈음해서야 일어나는 나로서는 서둘렀다고 했는데 막상 우체국에 12시 좀 넘어 도착하니 어이없게.. 2015.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