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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발리

옆집 개가 새끼를 낳았어요

by 레잇블루머 2015. 7. 19.

스쿠터를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고 온 남편이 흥분해서 말을 걸었다. 

"옆집에 개가 새끼 낳았어!"

그 때는 집에 손님도 계시고 정신도 없을 때라 "그래? 나중에 보러 가자." 하고 말았었는데, 

어제 남편이 바깥 나들이를 갔다가 또 돌아오면서 

"나 옆집에 강아지랑 놀다왔는데 엄청 귀여워. **이도 같이 강아지랑 놀러 안갈래?" 하고 묻는 것이다. 


당장 강아지줄 간식을 봉다리에 넣어가지고 대문을 나섰다. 

이거 거짓말 안하고, 우리집 대문 앞 풍경. 

이웃집에서 키우는 소들이 여기서 자유롭게 풀도 뜯어먹고 낮잠도 자면서 지내고 있다. 웃긴게 우리가 나갈 때마다 소들이 지긋이 우리를 응시한다는 것. ㅋㅋ 몇 번은 그 중 한 녀석이 신기한듯 가까이 다가오기도 했다. 


"아파까바르(인도네시아 말로 '안녕하세요')" 

하면서 이웃집에 들어가니 아저씨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강아지들 보러왔다고 하니 구석에서 잠들고 있던 녀석들을 손으로 번쩍 들어올려서 우리쪽으로 데려오셨다. 허허..;; 화들짝 잠에서 깬 녀석들은 이게 웬 봉변이냐 하는 표정. 

끼잉끼잉하고 있으니 어미개가 멀리서부터 듣고 뛰어왔다. 그런데 주인 아저씨가 데리고 있으니 보고는 바로 안심하고 바닥에 누워 쉬더라. 아 이 순진무구한 생명들은 어찌나 이토록 사랑스러운지. 같은 누렁이 어미 배 속에서 나왔지만 어떤 녀석은 하얗고 어떤 녀석은 얼룩무늬이고 어떤 녀석은 검다. 


남편은 아래 검은 색 강아지를 가장 예뻐했다.

이웃집 아저씨가 계속 강아지를 한 마리 들고가라고 했지만, 지금 살고있는 집 주인이 저번에 잠깐 얘기 나눌 때 "이 집에서 개를 키웠는데, 워낙 어지럽혀서 내보냈어요. 나는 개를 이 집에 들이기 싫어요."라고 의사표현을 하셨으므로, 우선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저씨의 제안을 거절해야했다. 나중에 집주인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다시 생기면 한번 꼬셔볼 작정. 

발리에서는 동물 특히 개와 고양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이렇다할 관리를 하지 않고 주인없는 개도 많아서 거리에 정말 많은 개들이 떠돌고 있다. 이집처럼 주인이 길러주는 경우는 아주 운이 좋은 건데, 그래도 주인이 예쁘다고 만져주고 씻겨주고 하는 문화는 또 아니라서 보고 예쁘다고 손을 뻗으면 개들이 놀라서 도망가거나 짖는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서 당황스러운 것.

동물과 친해지고 이해하는 것. 발리에서 내가 또 배워야할 한 가지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