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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발리

발리는 오늘도 날씨가 좋다

by 레잇블루머 2015. 7. 21.

여느때처럼 오늘 아침에도 눈이 뜨니 햇살이 쨍쨍했다. 우리집 청소를 담당하시는 이부 카리가 어제 선물로 가져온 큰 파파야를 절반을 통크게 썰어서 아침으로 먹고 테이블에 앉아서 열심히 이메일 체크를 하고 웹툰과 뉴스를 번갈아보다보니 너무 날씨가 좋아서 이대로 노트북만 보고 있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바퀴 집을 훅 돌아보고 사진 몇 장 찍어왔다. 나중에 발리를 떠나고 이런 순간들이 그리워지면 가끔씩 찾아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오늘도 소들은 평안.

소들이 원래는 3마리인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 6마리이더라. 송아지들은 금세 자라서 어른 소 느낌이 난다.


내가 폰을 들고 얼쩡대니 또 쳐다보길래 한 장 찍어주었음. 



이부카리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까지 청소를 해주시고 돌아가는데, 매일 아침 이렇게 신께 오퍼링을 하기 위해 카낭을 사가지고 오신다. 보면 카낭의 내용물이 종종 달라지는데, 어떤 때는 귤이 올라가 있고, 어떤 때는 커피맛 캔디, 오늘은 멘토스다. 우리집 안에도 보면 신께 올리는 신전같은 탑이 있는데, 거기에서 제를 올리고 대문으로 나와서 또 이렇게 카낭을 놓는다. 




내가 보통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테이블이 수영장을 마주보고 있는데, 햇살이 좋은 날 바람이 불면 이렇게 수영장 물이 그림처럼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 예쁘다. 이 집을 선택했을 때 수영장이 길고 넓어서 참 좋았는데, 매일 한번씩 들어가서 수영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워낙 몇 년간 운동을 제대로 안해서 5번 정도 왕복하면 심장이 터질듯 해서 멈추고 나온다. 우리집 수영장은 다양한 종류의 새들에게 일종의 공동 우물과도 같은데, 아침, 점심, 저녁으로 새들이 날아와서 목욕도 하고 목도 축이고 간다. 특히 귀여운 참새떼들이 여럿이서 몰려와 수영장 언저리에서 놀다가는걸 보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Bird watching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 하나 궁금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다. 새들의 노래소리(울음이 아니다 노래다. 정말 멜로디가 있다.)나 날아다니는 속도나 방향이 시간대별로 그 특징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게 정말 흥미롭다. 



우리집 오른편의 논에 벼들이 푸르게 자랐다. 한달 전쯤에 모를 심었는데, 벌써 이렇게 자라버린 것이다. 역시 날씨가 좋고 햇살이 쨍쨍 내려째니 모든게 이 곳에선 쑥쑥 자란다. 쌀농사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는 나인데 그냥 앉아서 농부들이 오고가며 일하시는 모습을 보니 이 흐름이랄까, 쌀을 농사지으려면 어떤 순서로 무엇을 하는지 어렴풋하게 배우게 된다. 


오늘도 날이 좋다. 

발리에 와서 산지 두 달이 넘어 간다.